성지고 교사 충격증언 “송포유, 아이들을 깡패처럼 교묘히 편집”

 

 

스포츠경향  2013-09-25

 

ㆍ성지고 교사, 시청자 게시판에 울분의 글
ㆍ전문가 “가해자의 또다른 피해자화 우려”

 

 

 

SBS 추석 특집 예능 프로그램 <송포유> 제작 과정에서 출연진들을 “깡패처럼 보이도록 교묘히 편집했다”는 비판이 25일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 가해자들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등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포유>에 출연했던 서울 성지고등학교 ㄱ교사는 SBS 시청자 게시판에 ‘성지고 교사입니다’라는 제목의 항의 글을 23일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교사는 이 글에서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좋은 취지로 촬영을 한다고 하여 우려 반 기대 반으로 협조했다”며 “그러나 제작진은 아이들을 가장 나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졌다”고 썼다. 그는 “앞도 뒤도 다 자르고 아이들을 깡패처럼 보이도록 교묘히 편집을 했다”고 밝혔다.

ㄱ교사는 또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다 당한 것”이라며 “시청률을 위해 그렇게 막장이지도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식으로 매도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못 잔다”고 적었다. 이어 “방송사의 어이없는 잘못으로 인해 제발 더 이상 저희 아이들이 피해가 없길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돼 있다. ㄱ교사는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교사 입장에서 화가 난다. 그런 아이들이 아닌데 그런 이미지만 부각돼 억울하다”며 “26일 마지막 회 방송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질 경우 학교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작진이 그동안 계속 마지막 방송을 보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식으로 해명을 해왔다”며 “일단 26일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ㄱ교사는 제작진이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편집’했는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3부작인 <송포유>는 서울 두 고등학교 학생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경연한 뒤 우승팀을 폴란드 세계합창대회에 보내는 내용이다. 하지만 21, 22일 방송분에서는 일부 학생들의 폭력 경험담이 강조되고 음주·흡연 등 ‘불량한 모습’이 계속 등장했다. 22일 두 학교의 중간 점검에서 몸에 문신이 가득한 학생을 선두로 세워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는 모습도 비쳐졌다.

▶성지고 교사 ‘울분의 글’
“모든 학생 나쁜아이로 몰아 진정한 갱생 프로그램 맞나”


이에 SBS는 24일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시사회를 열어 문제된 부분을 사과했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사전에 출연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를 상대로 시사를 했고 당시엔 문제가 없어 프로그램으로 내보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 ㄱ씨는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그런 적이 없다. 나는 그런 것(시사)을 본 적 없다”고 밝혔다. SBS 백정렬 책임프로듀서(CP)는 “정식 시사회는 아니었지만 이달 초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공개홀에서 교사, 가족, 학부모에게 전체 방송 중 ‘세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추려 10분 정도로 상영했는데 반발이 나오지 않아 방송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피해자화’ 우려를 제기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정신과 이소영 과장은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무용담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사회는 그 아이들을 관용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그 아이들에게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잘 모르고 저지르는 청소년기 행동이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되고 회자되며 편견을 남기게 됐다. 진정한 의미의 갱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BS라디오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 중인 안주연 메디웰 병원장은 “제작진이 ‘피해자에 대해 사과해’라고 말하는 것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처럼 하면 촌스러우니 <슈퍼스타K>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청소년 문제는 감정적으로 얽혀 있어 모든 걸 예능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가해 학생들 만나 조근조근 대화해보면 이야기가 잘 되는데, 이 방송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나쁜 아이들로 몰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청소년 상담센터 허그맘 대구센터의 정수미 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따로 있지 않다”며 “방송에서 폭력을 행사했던 청소년을 갱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굳이 노래를 했어야 했다면 부모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했다”고 밝혔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김진원 인턴기자

 

 

 

 

 

 

 

 

 

Posted by Hugmom 허그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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